전직 특수 부대원이 평범하게 살아가다 어떤 사건에 휘말여 활약하는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마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면 큰 코 닥친다는 불멸의 법칙은 영화에서 필연적으로 실현된다. 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악을 응징하는 전직 특수 부대원 또는 요원의 활약상은 액션 그 자체로 보는 사람에게 통쾌함을 전해준다. '백악관 최후의 날',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등도 재미있었고, 한국 영화에서도 전직 특수 요원의 활약을 그린 영화가 있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가 그것인데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액션 누아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개봉한 지 오래됐지만 '더 이퀄라이저'를 보면서 한국 영화 '아저씨'를 많이 떠올렸다. 이 영화는 2014년에 개봉됐다. 1980년대 드라마인 '맨해튼의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다. 안톤 후쿠아가 감독을 맡았고 덴젤 워싱턴, 클로이 모레츠, 마튼 초카스 등이 열연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며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낮에는 마트, 저녁에는 독서하는 전직 요원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생활하는 전직 특수 요원 로버트(덴젤 워싱턴 분)는 낮에는 마트에서 일하고, 퇴근하고서는 아내가 죽기 전에 추천한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을 모두 읽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즐거움인 평범한 사람이다. 평소 불면증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책을 들고 단골식당을 찾는데, 또 다른 단골손님인 태리(클로이 모레츠 분)와 대화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그녀의 꿈이 가수지만 지금은 콜 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태리가 포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도우려는 과정에서 그녀의 상황에 개입하게 된다. 이때 포주의 배후에 무시무시한 러시아 범죄 조직 및 현직 경찰들도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를 포주에게서만 빼내려고 했지만 러시아 범죄 조직은 심상치 않은 그를 건드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로버트는 숨겨왔던 자신의 전투 능력을 발휘하며 범죄 세력에 맞서게 된다.
덴젤 워싱턴의 절제된 액션 그러나 고급스럽다
사실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다 한 번 발동되면 판을 엎어버리는 능력자들, 즉 전직 특수요원이 주인공인 영화는 더 이퀄라이저뿐만 아니라 여러 편을 봤었지만, 같은 액션이라고 해도 '더 이퀄라이저' 덴젤 워싱턴의 액션은 일반적인 액션들보다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도 너무 가라앉아 있지도, 너무 흥분되어 있지도 않았다. 즉,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액션이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특히 "넌 28초 후면 몸이 멈추고, 30초 후면 심장이 정지될 거야"라는 대사에서처럼 덴젤 워싱턴의 계산된 액션은 충분한 매력을 보여줬다. 단순히 총질만 해대는 액션이 아니라 주변의 사물을 활용해 무기로 사용하고, 전직 요원답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등이 그냥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 액션보다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잔인한 액션이 기대되는 장면에서도 덴젤 워싱턴이 연기하니 차분해지면서도 폭발적인 그만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액션미가 연출된 듯하다.
법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더 이퀄라이저'에서 로버트는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대형마트에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잘못된 이들에겐 조용하고 확실하게 응징을 한다. 마트에 강도가 들어 동료가 소중한 금품을 빼앗기게 되자 그는 혼자 몰래 나가서 강도를 응징하고 금품을 되찾아준다. 단골 식당에서는 친구인 태리가 폭행을 당하자 포주와 그 부하들을 응징했고, 이게 계기가 되어 그 포주 조직의 배후에 있던 거대한 러시아 조직이 자신을 노릴 뿐만 아니라 태리의 친구를 살해하자 그 조직까지 응징하게 된다. '이퀄라이저'의 의미는 '평등한 것을 만드는 사람 혹은 심판자'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속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닌 선과 악의 기준에서 누군가에게 악행을 저지른 이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징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통쾌한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단신으로 악을 징벌하는 내용으로 덴젤 워싱턴의 절제인 언어와 행동을 통해 영웅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악당들을 처리할 때 상대의 행동, 주변의 무기, 지형지물을 살피며 전체를 제압하는데 필요한 시간 등을 계산하는 덴젤 워싱턴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뜻밖에도 신기에 가까운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악당들을 처리하는 액션 연기도 압권이었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액션과 스토리로 짜임새 있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 이퀄라이저'의 후속편인 '더 이퀄라이저 2'는 2018년에 소개되었다. 이 포스팅을 마치고 저녁에 2편을 볼 계획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과 액션들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시간 때우기용으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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