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한산: 용의 출현'을 재미있게 관람했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산: 리덕스(Redux)'가 오픈되었다길래 기대감을 안고 시청했다. '한산: 리덕스'는 '리덕스'라는 용어를 썼지만 쉽게 말해 '감독판'을 말한다. 넓은 화면에서 전투장면을 보다가 집에서 시청하다 보니 액션감은 약간 떨어졌지만 그것만 빼고는 만족스러웠다. 이번 '한산: 리덕스'의 러닝타임은 150분으로 129분의 '한산: 용의 출현'보다 21분이 늘어났다. 하지만 감독판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부분이 포함된 게 아니라 늘어난 분량만큼 더 영화에 대한 몰입도나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다. 아예 '한산: 리덕스'를 먼저 보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한산: 리덕스'를 접하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정보를 드리자면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등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에 이순신역의 박해일,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의 변요한, 어영담 역의 안성기, 원균 역의 손현주, 가토 요시아키 역의 김성균 등이 출연했다. 게다가 CG의 품질을 개선하여 전투 장면의 박진감을 높였다고 하는데 나는 잘 느끼지 못했다. '한산-용의 출현'도 멋있다고 느꼈었기 때문이다. 12세 관람가로 극장 개봉이 마무리된 후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절대로 패배하면 안 되는 전투
1592년 임진왜란 발발 후 15일 만에 한양을 빼앗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조선에서 연승에 힘입어 한산도 앞바다까지 파죽지세의 기세로 당도한 왜군이 맞부딪친다. 앞선 전투에서 손상된 거북선은 출정할 수 없고, 왜군 부대의 연합을 통한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에 빠진 상황, 거기에 조선 장수들 간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서며 이순신 장군의 고뇌 또한 깊어진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건 전투를 준비한다.
이 영화는 당연히 이순신 제독의 한산도 대첩이 소재이다. 이 전투의 승리로 인해 임진왜란의 진행 방향이 바뀌었다.
영화는 크게 중후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불리한 조선의 형세를 보여주며 조선과 왜군의 정보전이 그려진다. 사실 첩보물 같은 짜릿한 스릴감은 없고 누가 첩자인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약간 느슨했다. 게다가 전술을 고민하는 이순신의 모습 역시 대사보다는 박해일의 표정 연기로 묘사되는 방식이어서 초반부터 박진감 있는 전투 장면을 기대하는 분들은 당황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박해일의 농익은 연기와 익숙한 출연진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몰입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 장수인 와키자카(변요한 분)가 인상 깊었다.
한산도의 전략가,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
박해일의 표정 연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장군으로서의 고뇌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필요한 때에 보이는 카리스마도 시기적절했으며 천재적인 전략가의 면모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실전을 치를 때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증에 충실하겠다는 감독의 의중이 반영되어서인지 전술적인 부분이 등장할 때 학익진을 위해 누구를 어느 위치에 두는지 설명을 해주는 등 자세한 정보 전달도 인상 깊었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권율 장군이나 의병들의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담아내어 더 실감이 났다. 확장판으로 편집되면서 늘어난 장면 중의 하나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그의 어머니와 대화하는 장면이었는데 그의 부담감과 고뇌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의 화려한 전투 액션 이전에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잘 만들어졌다.
모든 것은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의 해전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해전이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해상 전투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정말 눈을 뗄 수 없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짜릿하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출연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몰입감을 높였으며, 역사적인 사실을 보는 사람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해전이 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권율 장군과 의병 이야기도 같이 어우러져서 결과적으로 해전의 승리를 더 돋보이게 한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일방적인 전투로 알고 있던 한산도 대첩이기에 조선 수군이 너무 쉽게 왜군을 이기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적당히 긴장감을 불어넣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힘이 있었다. 여기에 깃발이나 연을 사용한다거나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부장이 대장의 지휘를 하달하기 위해 있는 힘껏 소리 지르는 모습 등 세세한 부분이 더욱더 해전의 묘미를 살려주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것 같다. 이전 '명량'과 다르게 배역이 정해졌는데, 거부감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배우는 역시 어영담 역의 안성기 배우로, 연륜이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 같다.
이순신 장군 3부작 중, '명량'과 이번 '한산' 시리즈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이미 촬영을 마치고 금년에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약간의 정보가 쿠키 영상으로서 '한산: 리덕스' 마지막에 소개된다. 한산도 대첩 몇 년 후로 백윤식이 시마즈 요시히로로 등장해서 수세에 몰린 고니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답을 내놓는다. 짧은 등장이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참고로 '노량'의 이순신 장군 역은 '김윤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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