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년도 전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연 배우인 류승룡과 염정아가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영화 홍보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만 해도 금방 개봉할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이었는지 바로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작년 9월에서야 개봉을 했다. 홍보 영상에서는 이 영화가 배꼽 빠지게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했었다. 사실 극장에는 코로나 때문에 가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김에 부담 없이 보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반면 눈물도 많이 났다. 누군가 극장에서 관람하는데 눈물 때문에 마스크까지 온통 젖어서 곤란했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한국 영화에서 뮤지컬 장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게 익숙한 가수들과 노래들이 나와서 또 다른 감동이었다. 등급은 12세 관람가이다. 러닝타임은 122분이고 최국희 감독이 연출을 했다. 초등생 자녀들과 같이 봐도 좋을 영화인 것 같다. 쌀쌀한 연초에 오래간만에 가슴이 훈훈해지면서도 고마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는 폐암 말기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세연(염정아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은 시간은 약 두 달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글퍼진 세연은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한다. 무뚝뚝하기만 한 남편 진봉(류승룡 분)과 무심한 아들에 심지어 딸은 세연의 생일도 모른 채 지나간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 갑자기 원망스러워진 세연은 진봉에게 마지막 생일 선물로 자신의 첫 사랑을 찾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황당했지만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고을 누빈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의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리게 된다.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선물, 모든 순간은 노래가 된다!
먼저 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장 독특하면서도 돋보이는 지점은 바로 나같은 중년의 초입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 수 있을만한 가요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토이의 '뜨거운 안녕'은 요새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이문세, 김건모, 이승철, 최백호 같은 명가수들의 노래들이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꽤나 마음을 들썩거리게 만들어 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연의 폐암 말기 판정을 자식들이 알기 전까지 유쾌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화려한 뮤지컬 군무와 그에 맞는 노래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정말 말 그대로 즐겼던 것 같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들을 수 있는 염정아의 '세월이 가면'도 꼭 들어야 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다. 와이프와 초등생 딸들을 옆에 두고 영화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그 코드가 더 많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앞으로의 내 삶도 생각하게 되고 가족들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첫사랑과 남편, 과거와 현재의 어울림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연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과정 곳곳에서 되살아나는 부부의 기억을 번갈아가며 비춰준다. 어느 때는 첫사랑 그 아이와 남편 진봉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심한 듯 보였던 진봉이 실제로는 중간중간 실체가 묘연한 첫사랑을 향해 질투하는 모습이나 세연의 속내가 비치는 행동이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나라도 저런 상황이면 충분히 가겠다는 공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세연을 중심으로 첫사랑과 남편,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다. 이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무래도 뮤지컬이다. 국내 최초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한 만큼 이 부분에 솔직히 기대가 컸는데, 복고풍으로 진행되는 뮤지컬 군무는 보는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뮤지컬 레벨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일반 배우들이 혹독한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미숙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색한 몸놀림과 촌스러운 그때 그 당시의 의상이 잘 어우러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세연과 진봉의 만남, 곡절 많은 결혼 스토리, 그리고 숨겨왔던 진심에 이르기까지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중간중간 류승룡과 염정아의 깨알 같은 개그도 즐거움을 주지만 이후 반전도 등장한다.
어찌 보면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단순히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의 반전을 통해 세연과 진봉의 서로 간의 삶이 헛되지 않았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아왔다는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보는 내내 공감이 됐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힘내자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충혈될 정도로 눈물을 흘렸지만 보고 나면 힐링이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바로 앞에서 보는 듯했다. 아직까지는 쌀쌀한 연초, 가족들과의 힐링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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