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보기에 딱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건강한 웃음으로 가득한 라스트 홀리데이. 시한부라는 소재로 시작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쉽게 유추가 가능하듯이 평범한 마트의 판매원으로 일하던 주인공 '조지아 버드'가 하루아침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목록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하면 약간은 먹먹해지면서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코드 때문에 글썽이면서 웃게 된 영화이다.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모두 도전하자.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말이다.
우린 가치가 없는 일에 너무 매달려요
뉴올리언스의 주방용품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조지아 버드는 수줍음 많은 평범한 여성이다. 어느 날 그녀는 직장에서 머리를 크게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실려간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큰 병에 걸려 있으며 앞으로 살 날이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게 된다. 낙심한 그녀는 그녀가 살아오면서 희망사항으로만 여기고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늘 참고 미뤄왔던 것들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행동에 옮기게 된 것이다. 사실 조지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언제나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 나의 노후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튼 조지아는 어차피 내일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에게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억만장자'로 보이는 해프닝이 생긴다. 조지아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낭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사는 것은 안전하겠지만 그렇게는 평생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내 것이기 때문에 응당 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움직여야 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조지아는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외형적으로 '예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당당하고 행복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인생의 끝이 다가오는 데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Last Holiday, 가능성은 현실이 되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자꾸 잊어버린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내일,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일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주는 착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는 노래 가사를 자주 흥얼거리면서도 다시 영원을 믿는다. 매번 죽음을 목전에 앞두고서야, 혹은 그것과 얼굴을 마주해야지만 지나가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삶의 기반에는 언제나 죽음이 깔려 있음을 깨닫는다.
영화 속 조지아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후 다시 펼쳐본 '가능성의 책' 안에는 그녀 스스로의 솔직한 욕망들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꼭 하고 싶었던 일들, 가능성으로만 덮어두었던 그 목록들은 현실로 되살아나 그녀의 삶을 채우기 시작한다.
좋은 일(가능성)은 기다리기만 해서는 만날 수 없다. 의사의 시한부 판정 직후 '좋은 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라며 울먹이던 그녀가 이제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가능성을 본인의 삶으로 하나씩 옮겨 오는 시점부터, 영화는 극적인 행운들을 그녀에게 선물한다. 이처럼 인생에서의 좋은 일은, 내가 지금 찾아 떠나야지만 비로소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인생엔 더 많은 가능성이 있잖아요
영화는 조지아 버드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바로 오늘'의 소중함을 말한다. 오늘을 담보로 삼아 보장할 수 없는 내일을 대출받는 삶, 그 안에서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오늘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모든 순간이 당신에게 '라스트 홀리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에서 조지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고, 그래서 얻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후회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가능성만으로 남겨두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다. 조지아처럼 전 재산을 쏟아부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행복한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뻔하지만 그래서 좋은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를 추천하고 싶다. 시한부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볼수록 유쾌해서 즐거워지는 영화다.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날이나 용기가 필요한 날에 본다면 분명 자신의 소중함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혹시 당신에게도 조지아처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가능성의 책'이 있다면 이 영화와 함께 꺼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꿈꿔왔던 가능성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그 시작이 오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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