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이정재의 출연작이자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본 한국 영화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최고의 찌질이로 변신해서 놀라움을 주었던 이정재는 이곳에서 정말이지 인정사정없는 악인 역할을 맡아 남다른 포스를 뽐내주었다. 황정민 역시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의 청부살인업자로 무게감 있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그동안 보았던 한국 누아르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해외에서 촬영해서 배경이 달라진 게 색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홍원찬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라는 작품 이후 7년 만에 재회해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나름 흥행했다고 할 수 있다. 200만을 넘긴 영화가 고작 4편에 불과한 상황에서 무려 400만을 넘겼다. 2020년에 개봉했고, 러닝타임은 107분(일반컷 기준)이다.
줄거리 "일이 하나 들어왔어. 큰 건이야..."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는 인남(황정민 분)은 더 이상 살인 청부를 하지 않으려 해도 그의 솜씨를 찾는 사람들도 인해 한번 더 한번 더 라면서 살인 청부를 맡게 된다. 의뢰자의 지시로 건드려선 안 되는 야쿠자를 죽이게 되고, 그는 무자비한 살해 행위로 백정이란 별명까지 갖고 있는 레이(이정재 분)의 형이었다. 이후 레이는 인남의 뒤를 쫓으며 복수를 하려고 한다. 인남은 모든 일을 마치고 섬에 가서 은퇴해 평화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데 이때 인남이 사랑했던 여인이 태국에서 딸 납치 사건에 휘말려 죽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또한 납치당한 소녀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인남은 태국으로 건너가 시신을 수습하려고 하는데 소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레이는 인남을, 인남을 딸을 추적하면서 태국에서의 액션이 펼쳐진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마태복음 6장 13절
'다만 악에서 구핫서'는 성경 구절에 나와있는 글귀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왜 이러한 제목을 선정했는지 이해가 된다. 인남과 레이가 있는 세계는 악의 구렁텅이이자 지옥이라 불릴만한 곳이다. 누군가의 목숨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그런 악행들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끝까지 참회하지 못했던 이들의 마지막엔 결국 비극이 찾아올 뿐이었다. 레이는 좀 더 악한 인물로 연출했지만, 그렇다고 인남이 선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상대적일 뿐이다. 그도 역시 킬러였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둘의 대결 구도가 메인이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또 배경 자체가 한국, 일본, 태국을 넘나들었기 때문에 다채로운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레이와 인남의 칼싸움을 포함한 액션들도 잔인하지만 화려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렇게 특별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기존 누아르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 덕분일 것이다. 중간에 출연한 여장 남자역의 박정민도 나름 감초 역할을 잘 소화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서
15세 관람가여서 그런지 아주 잔혹한 장면이 온전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상상을 자극하게 만드는 사운드와 장면이 많았다. 손가락을 자르거나 장기의 피를 뽑아내는 그런 장면들은 소리만으로도 상당히 잔혹했다. 살인청부업자라는 소재를 나름 순한 맛으로 순화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믿고 보는 황정민과 이정재 두 배우의 연기는 나오는 장면 내내 긴장감이 맴돌고 숨죽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액션 영화여서 황정민과 이정재 모두 최고의 살인 기술을 가진 인물들로 두 호랑이가 박진감 넘치게 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황정민이 아이를 납치한 일당들을 응징할 때는 통쾌함도 느꼈다. 납치범들에게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날카로운 절단기를 들고 조금이라도 늦은 답변을 하면 바로 응징해버리는 모습에서 아내와 아이를 잃어버린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도 그렇지만 조연들의 연기력도 상당했다. 장면 하나하나가 잘 구성되어 있었고 뺄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액션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짜임새가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기에 이 영화도 강력 추천한다. 다만 앞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다른 누아르 영화들과 큰 차이점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기대는 낮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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