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서 영화를 제작하면 그 역사적인 사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수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사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조와 소현세자와 관련된 일화에 스릴러가 더해진 영화를 소개한다. 제목은 '올빼미(The Night Owl)'이다. 먼저 영화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인조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아들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병자호란으로 인해 청의 볼모가 되어 끌려간 아들 소현세자가 8년 만에 청의 우호적인 기세를 업고 조선으로 돌아와 청과 조선 사이의 꼬인 실타래가 풀릴 수 있는 어떤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지만, 소현세자는 귀국 후 2달 만에 학질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 당시 칠공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는 독살설도 있지만 확실한 사료가 있지 않아 그저 소문일 뿐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영화 '올빼미'는 이러한 소문에 광기의 임금 인조(유해진 분)와 소현세자(김성철 분), 그리고 소현세자의 죽음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침술사(류준열 분)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영화이다.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18분 정도이다. 안태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팩션 사극이라 할 수 있다. 류준열(천경수 역), 유해진(인조 역), 최무성(내의원 이형익 역), 조성하(영의정 최대감 역), 그리고 김성철(소현세자 역) 등이 주요 출연진이다. 일종의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소현세자의 죽음에 주맹증이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점이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눈 감고 사는 게 편할 때도 있습니다."
침술사인 경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ㅇ니 다른 감각이 많이 발달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질환에 대해 침을 놓을 수가 있었다. 실력이 제법 뛰어났고 운이 좋게 내의원인 이형익의 눈에 띄어 궁으로 들어가 침을 놓게 된다. 기울어진 가세와 동생을 병을 고치기 위해 겁도 없이 궁으로 들어간 경수에게는 비밀 하나가 있었다. 낮에는 앞을 볼 수 없지만 불이 꺼진 캄캄한 밤에는 '올빼미'처럼 낮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눈을 감고 살아가는 게 편한 세상이라며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는 중이다. 결국 소현세자에게는 봉사가 아니라는 것을 들통나게 되지만 오히려 소현세자는 청에서 가져온 돋보기를 선물하기까지 한다. 어느 날 밤 소현세자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내의원 이형익은 맹인 천경수를 데리고 진찰을 하러 가서 침을 놓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세자가 누워 있는 방 안의 불이 모두 꺼지면서 어두워지게 되는 순간, 천경수는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보이는구나!!
병자호란 후의 조선의 16대 왕이었던 인조와 그의 아들 소현세자가 있을 때를 배경으로 한다. 그 외의 내용은 허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 침숤와 왕권을 유지하려는 집착이 강한 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청과 명나라 사이에 끼어버린 조선의 관계에 명나라에 우호적인 왕과 청나라와 돈독한 관계를 가진 아들 소현세자의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 삼 국간의 외교와 왕에 반대하는 대신과 어의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잘 어우러져 영화를 흥미롭게 해 준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과연 누가 범인인지 공개되면서 몰입감이 배가 되고 긴장감으로 인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사건 발생 후 하룻밤 사이에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늘어지지도 않고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초가 갑자기 꺼지고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천경수의 눈에, 항상 깨끗하게만 느껴졌던 명주천과 물그릇이 소현세자의 피로 물들어가는 장면은 요 근래 보기 힘든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영화들과 다르게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범인을 목격한 사람을 밝혀내는 것과 오해로 인해 누명을 써서 죄를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독특해서 재미있었다.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
경수는 자기가 본 사실을 강빈에게 말하지만 결국 이형익을 움직인 사람은 바로 인조라는 게 밝혀지고, 소현세자 쪽 인물들은 모두 사망하는 과정에서 경수도 참수를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4년 후, 왕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왕을 찾아간 경수는 침을 놓아 그를 죽게 만들고, 학질로 즉었다고 하며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때 경수가 왕에게 말한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라고 묻는 부분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듯한 대사가 스크린 속의 인조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향해 묻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외계+인 1부'에서 류준열을 보고 나서, 이번 '올빼미'에서도 기대가 컸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여러 다른 후기들에서도 그렇지만 유해진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최근 '공조 2: 인터내셔널' 외 다른 영화에서 톡톡 튀는 웃음으로 큰 재미를 안겨줬던 유해진이었는데, 이번 '올빼미'에서는 웃음기를 뺀 연기에 도전했고, 광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뛰어났다. 마치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의도한 듯한 연기와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까지 너무 좋았다. 스토리도 나름 잘 짜였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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