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간 독특한 드라마를 소개하려고 한다. 23년 1월 1일 오픈한 넷플릭스 신작이다. 개인적으로 '종이의 집'을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 '칼레이도스코프' 역시 금고털이를 위해 뭉친 도둑들에 관한 드라마이다. 독특하다고 한건 소재가 아니라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방식이다. 리미티드 시리즈로서 총 9화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검정'의 경우는 약 1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는 8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타의 드라마들처럼 에피소드 1~8 또는 1화~8화로 식별하지 않고, 노랑-초록-파랑-주황-보라-빨강-분홍-하양 등 색상으로 각 에피소드들이 이름 지어져 있다. 그리고 보는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아무 색상의 에피소들부터 봐도 된다는 얘기다. 난 그냥 '노랑'부터 시작해서 '하양'으로 끝냈지만 '하양'을 맨 나중에 본다면 다른 색상은 순서에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오래된 시간부터 색상들을 정리하자면 보라(24년 전) - 초록(7년 전) - 노랑(6주 전) - 주황(3주 전) - 파랑(5일 전) - 하양(현재) - 빨강(다음날 아침) - 분홍(6개월 후) 순이다. 모든 에피소드는 '레이 버논(지안카를로 에스파지토 분)'의 동기나 강도의 계획, 혹은 그 여파로 전개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이 드라마는 실제 맨해튼에서 700억 달러의 채권이 사라진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장르는 액션, 범죄, 드라마이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브레이킹 배드'로 유명한 지안카를로 에스파지토가 주인공 역할을 맡았으며 루퍼스 스웰이 주인공을 배신하는 역할로, 타티 가브리엘이 주인공 딸 역할로 나온다. '칼레이도스코프'의 사전적 의미는 '만화경'이라는 뜻으로, 이 만화경은 장난감의 하나로 원통 속에 여러 가지로 물들인 유리 조각을 장치하고, 장방형의 유리판을 세모로 짜 넣은 것으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형상이 대칭적으로 나타내는 기구를 말하며, 비유적으로 여러 갈래의 다양한 것이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색상별로 이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제목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1월 4일~6일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순위 1위를 기록했다. 나름 웰메이드 미드였다.
칼레이도스코프 줄거리
미국 동부 최대의 금융 보안회사 'SLS'의 지하 금고에는 악명 높은 세 명의 권력자, 일명 세 쌍동이의 자산 70억 달러치 채권이 보관 중이다. 화려한 도둑 경력을 가진 탈옥범이자 주인공 '레오'는 이 70억 달러의 채권을 훔치기 위해 일생일대의 계획을 세우고 팀을 꾸리게 된다. 레오가 노리는 금고는 보안 단계가 삼엄하고 최첨단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있어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레오에겐 그를 도울 내부 조력자가 있었다. 레오의 친딸인 '해나'가 이 보안회사의 요직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레오의 전 감방 동료였던 '스탠', 화학 담당이자 스탠의 전 여자 친구인 '주디', 과격한 주디의 남편 '밥', 오랜 친구이자 위조 전문가인 '에이바', 운전자 역할의 'RJ'까지 개성 넘치는 팀원들이 모여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독특한 컨셉의 칼레이도스코프
앞서 잠시 언급한대로 각 에피소드 이름은 숫자가 아닌 색상명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어느 한 시점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솔직히 이런 구성은 처음 접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무 에피소드나 봐도 괜찮다니. 해외 넷플릭스에서는 각 회원별로 에피소드 순서가 랜덤으로 배치된다고 한다. 시간대가 다른 각 에피소드에서 주요 인물의 오래된 원한, 어떻게 팀이 꾸려졌는지, 누가 누굴 배신했는지, 누가 살아남았는지 등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살짝살짝 꼬인듯한 이야기들은 마지막 '하양'편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강도사건 한참 전의 이야기들이 분량 채우기용 같은 느낌이 있는 에피소드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다. 레이가 탈옥하는 장면에서는 오래전에 봤던 '프리즌 브레이크'가 떠 올랐다. 굳이 비슷한 소재의 강도물인 '종이의 집'과 비교하자면 숨 막히는 긴장감이나 흡입력은 좀 떨어지지만 그대로 충분히 재미있고 볼만한 드라마인 것 같다.
나만의 결말짓기
미드 '칼레이도스코프'의 결말은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다. 시즌제가 아닌 리미티드 시리즈라고 처음부터 명시되어 있어 열린 결말은 아닐 것 같아 보는 내내 결말이 궁금했었다. 만약 마지막 '하양'편을 맨 먼저 보신 분이라면 당황하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칼레이도스코프'의 핵심인 강도사건 당일의 이야기를 맨 마지막에 배치해서 임팩트를 극대화한 것 같다. 만약 앞의 에피소드들을 보지 않고 '하양'만 봤다면 마지막 결말은 멋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소 허무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방식의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인터랙티브'라고 해서 2018년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나 그 다음에 나온 '당신과 자연의 대결' 시리즈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는 특별한 방식의 콘텐츠였다. 새로운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식의 드라마는 쉽게 접할 수 없다. 신선했다. 주말에 시간이 남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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