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영화나 미드를 보고 있노라면 와이프는 혼자 안방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넷플릭스에서 무언가를 시청하고 있었다. 약 3일 동안 정주행 하더니 추천한 드라마가 바로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였다. 얼핏 듣긴 했었다. 직전에 송혜교의 전 남편이었던 송중기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방영 중이었는데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이 현재 넷플릭스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이다. 해서 잠깐 시간 남았을 때 1편을 봤는데 그 자리에서 3편까지 보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에 나머지 5편까지 모두 몰아서 봤다. 소재가 학교 폭력이어서 비록 초등생 자녀들이 있었음에도 왠지 보기 싫었는데, 복수극이 너무 통쾌했다. 파트 1 즉, 시즌 1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또 금년 3월에는 파트 2가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한 언론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실제 있었던 학폭 고문 장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잔인해서인지 이 드라마는 19세 관람가로 판정받았다. 일류 작가 김은숙이 극본을, 주요 배우로는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이 출연했으며, 현재 넥플릭스에서 지난 12월 30일에 오픈됐으면 현재 독점 스트리밍 중이다. 범죄, 복수가 주 장르이다. 총 8개 에피소드를 이틀에 걸쳐 3개, 5개씩 몰아서 봤는데 몰입감 때문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특히 오프닝 연출이 특히나 좋았다. 이 드라마는 고등학교 시절 잔인한 학교 폭력으로 인생이 어그러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18년 동안 차곡차곡 준비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문동은은 여인숙 달방에 혼자 사는 아이였다. 천박한 엄마는 아이를 방치한 채 마구잡이로 살고 있었지만 문동은(아역-정지소)은 예쁘고 격이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이었는지 학교에서 선생님 위에 군림하는 박연진(임지연 분, 아역-신예은)의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당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으로 동은은 영혼까지 갉아먹히게 된다. 혼자서 몸부림쳐봤지만 아무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박연진의 엄마로부터 재력적인 도움까지 받은 담임은 그들과 더불어 문동을 학대하기까지 한다. 모두가 그들의 잘못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러다간 자신이 새로운 타겟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8년 후, 문동은은 박연진의 앞에 서 있게 된다. 예전에 모든 걸 주도하던 박연진, 그녀 옆에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던 4명의 소악마들, 죽음보다 복수를 택한 그녀는 차곡차곡 준비해 그들 앞에 서게 된다. 18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갑으로 살고 있었다. 문동은은 학교를 자퇴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들을 잊은 적이 없었고,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기록하며 그들의 현재를 모으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말이다.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박연진의 딸의 담임이 되고, 바둑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났고, 그녀를 쫓던 다른 4명도 하나하나 따라붙었다. 길고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이러한 내부 설정과는 별개로 이도현이 연기한 주여정과 송혜교가 연기하는 문동은에게 호감을 가지는 설정이 있는데, 그들의 로맨스가 메인 줄기인 복수의 본질을 약하게 할까 봐 약간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복수를 더 우선시하는 동은이 계속 마음을 다잡으면서 흔들리지 않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8편까지 계속 지속된다. 개인적으로 보통 6부작으로 하나의 시즌 또는 파트가 끝나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일단 두 파트로 나누어지긴 했지만 긴 회차 덕분에 나름 출연하는 인물들에 대해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다룰 수 있었던 같고 서사들이 잘 쌓인 것 같다.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공중파에서도 방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욕설이 난무하고 잔인한 장면도 많아 그건 힘들 것 같다. 현재까지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다. 김은숙 작가가 써 내려간 복수를 위한 서사는 개념이나 상식이 없는, 그야말로 갑질을 밥 먹듯이 하는 소시오패스급의 캐릭터들로 인해 더 치밀해지고 결과는 처연했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보는 송혜교의 인생 캐릭터가 아닌 가 싶다. 그 외 출연하는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그런 만큼 그들의 연기는 실감 났다. 복수에만 미쳐 있다가 그 자신이 괴물이 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도 있었다. 동은의 복수가 끝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동은이 자신의 일생을 바쳐 복수를 다짐해 온 것은 어쩌면 짓밟힌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후반부 8편 즉, 파트 2가 빨리 오픈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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