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소설인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를 먼저 보려고 했는데, 몇 달을 미루다가 결국 와이프와 함께 영화 먼저 보고 말았다. 역시 조진웅 그리고 최우식. 그 외 박희순과 권율의 연기도 훌륭했던 것 같다. 영화 '경관의 피'는 2022년 1월 5일에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이규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등이 주연으로 이얼, 홍기준, 이현욱, 백현진, 박정범, 원현준, 손인용, 연제욱 등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원작 소설의 이름 역시 '경관의 피'로 사사키 조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원래 원작소설은, 일제 패망 직후 경찰관이 된 안조 세이지를 시작으로 3대에 걸친 경찰관 집안의 이야기를 그려낸 반면, 영화 '경관의 피'는 3대째인 최민재(최우식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경찰이라 하면 법 집행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직업이다. 선량한 국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범법자들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경찰이 불법을 저지른다고 하면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경관의 피'는 그런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영화이다.
3대째 경찰, 왜 하필 저입니까?
선배의 강압수사를 못 본 척할 수 없어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는 원칙주의자이자 신입 경찰인 최민재(최우식 분)는 어느 날 황인호 계장(박희순 분)이란 인물에게서 같은 경찰을 죽인 경찰, 광역수사대의 박강윤 반장(조진웅 분) 팀에 들어가 그를 감찰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사건 현장에서 돌아가셨지만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의 비공개 사건 파일을 보여주겠다는 말에 민재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언더커버를 지시하는 황인호 계장에게 민재는 왜 자신이지 묻고 황인호 계장은 최민재에게는 경찰의 피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경 광역수사대의 반장으로 압도적인 검거 실적을 자랑하는 에이스 박강윤 반장은 정체불명의 후원금을 받으며 호화롭게 살아가며 경우에 따라 위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외제차에 명품 양복을 입고 일하는 박강윤과 함께 일하며 그에 대한 수사일지를 비밀리에 보고한다. 하지만 그와 가까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같은 경찰 조직의 같은 경찰을 감찰하는 언더커버 이야기는 언뜻 흔한 것 같다. 여느 언더커버들처럼 자신이 쫓던 인물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결국 그와 손을 잡는 레퍼토리들이 그것이다.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흐름이 지루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피 그리고 더 큰 악을 잡기 위해 불법을 눈감아주고 도와주며 막대한 협찬금을 받는 '연남회'라는 존재, 그리고 경찰의 '신념'이 후반부에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부딪힌다. 민재이 선택 역시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황인호 계장의 말 역시 틀린 것은 아니었다. 현실은 어쩌면 박강윤 반장의 신념이 다 맞을지도 모른다는 고뇌도 보였다.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연남회는 과거 수사비가 턱없이 부족해 교통비도 지급하지 못할 당시, 범인 잡기를 포기하는 경찰들도 있었지만 협찬비를 받아 범인을 잡고자 하는 경찰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더 큰 악을 잡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범죄들을 눈감아주는 경우가 있거나 잠입 수사를 위해 심지어 마약 중독에 이르는 경찰들의 모임이었다. 민재의 아버지에 이어 박강윤 반장 역시 이를 계승하는 연남회 소속의 경찰이었고, 이는 위법이라는 신념을 가진 황인호 계장은 연남회 소속을 같은 경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색 지대에 서 있는 명품 슈트 입은 경찰
'경찰은 항상 경계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박강윤 반장의 대사가 있다. 나만 잘 서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선도 악도 아닌 곳에 서있는 경찰의 삶은 외로운 싸움, 바로 그 자체인 것 같다. 범인을 척척 잡아오지만 다른 팀 동료들도 그를 의심하거나 비아냥거린다. 감찰계장 역시 그를 주시 중이다. 경황인호 계장은 최민재를 움직여 경찰의 썩은 뿌리를 파헤치려는 인물로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박강윤은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달갑게 받아들이기 않는다. 그 싸움은 오직 그의 신념이었다. 그리고 최민재 형사에게 흐르는 피는 분명 경관의 피이다. 요트에서의 인생 2막은 잠시 미뤄두고 민재와 함께 자신들만의 경찰의 길을 또 한 번 선택한 박강윤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이들에게서 흐르는 경관의 피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그럼에도 엔딩 장면은 앞서 느끼던 기시감이 다시 한번 살아나며 민재와 강윤의 관계가 살짝 애매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은 규율과 절차에 묶여 있는 경찰의 힘만으로는 잡을 수 없는 사회악이 나타났을 때, 경찰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두 경찰의 팽팽한 대립 구도가 긴장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나쁜 범죄자를 체포하여 끝나는 형사물이 아닌 '경찰이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적당한 액션과 빠른 속도의 전개,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도 괜찮고 나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무난한 것 같다. 경찰 스릴러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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