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영화 장르가 코믹으로 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했는데 코믹이 아니었다. 영화 '돈 룩 업'은 코믹이라기보다는 재난 영화,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풍자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코믹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면 블랙코미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물론 코믹스러운 부분과 전 지구적인 재난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주된 내용은 풍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 영화가 끝난 후, 감독을 확인해 보니 '애덤 맥케이'라는, 이전에 또 다른 풍자 영화인 '바이스'를 연출했던 사람이었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주연 배우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랜달 민디 교수 역), 제니퍼 로렌스(케이트 디비아스키 역)이나 조연으로도 메릴 스트립(제이니 올린 역), 크리스 에반스, 조나 힐, 롭 모건, 마크 라이언스, 타일러 페리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 볼거리도 많았다. 2021년도에 개봉했고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은 139분으로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거대한 혜성이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고!
천문학과 대학원생인 케이트는 어느 날 하늘을 관찰하다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우연히 발견한 이 혜성을 지도교수인 랜달 민디와 함께 살펴보던 중,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에베레스트만 한 크기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경우, 상상도 못 할 지진과 해일로 인해 지구는 멸망할 거라는 생각에, 그들은 이 사실을 지구방위합동본부에 알리고 바로 백악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린 후 만나게 되는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로부터 돌아오는 건 무시와 냉대뿐이었다. 민디 교수와 대학원생 케이트는 이 사실을 어떻게든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방송 출연까지 불사하지만, 두 사람은 시청률로서만 평가받게 되고, 심지어 생방송 도중 화를 낸 케이트는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대통령은 이 사실을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용하려 하고, 방송국 사람들은 오로지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놓치는 군상들을 '돈 룩 업'에서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무튼 정치적 입지가 위축되던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은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으로 위기를 빠져나가려고 하고 그 계획이 척척 진행되던 도중, 혜성에 대량의 희토류가 있고 이의 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IT 기업의 CEO로 인해 혜성을 작게 분리해서 지구로 추락시키자는 내용으로 계획이 변경된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이제 사람들은 대통령의 계획을 믿는 부류와 혜성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부류로 나뉘어 서로 싸우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로 부족한 게 없었어
영화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혜성을 독점하려던 미국이 단독으로 혜성을 폭파하려는 계획이 실패하고, 이후 드론을 이용한 폭파 계획마저 실패하면서 혜성으로 인해 지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전에 대통령과 IT 기업의 CEO는 국민들을 버려두고 지구를 탈출한다. 이후 영화는 쿠키 영상에서 최종적인 결말을 보여주는데, 무려 2만 년이 흐른 뒤, 동면 상태로 우주를 떠돌던 탈출자들은 어떤 행성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환호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괴생명체에 의해 몰살을 당하고 만다. 또 다른 쿠키영상에서는 대통령의 진상 아들이 무너진 건물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 엄마를 외치면서도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달라는 장면이 보인다. 흔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넓은 식견과 책임감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들의 모습은 그런 믿음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나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상관없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Don't Look Up
'돈 룩 업'(Don't Look Up)의 사전적인 의미는 '위를 올려다보지 마라'이다. 뒤늦게 랜달 교수가 '하늘을 쳐다보세요'라고 외치지만 대통령 올리언과 그 지지자들은 '하늘 말고 아래를 봐,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라고 외친다. 결말까지 고려하자면 잔혹하고 통렬한 풍자를 바탕으로 하는 희극이다. 이러한 블랙코미디는 쓴웃음을 전함과 동시에 딱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데, 지금까지 이런 장르를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돈 룩 업'은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천문학과 교수보다 인지도가 높은 IT 기업 CEO의 말을 믿고, 올리언과 지지자들의 가짜 뉴스가 더 확산된다. 수많은 언론과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확산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결국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게 되고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은 모두 멸종하게 된다. 물론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우주선을 타고 도망친다. 소름 끼치게 현실적인 장면들이다. 요새처럼 가짜 뉴스가 판치는 현실에 남일 같지 않음을 느꼈다.
비극적인 결말임에도 잘 제작된 영화인 것 같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배우들 간의 앙상블도 좋았던 것 같다. 단순한 풍자 영화라고만 하기엔 편집부터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까지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밌게 봤다. 블랙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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