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넷플릭스에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공개했다. 네플릭스 독일영화 최고 제작비를 기록한 대작 전쟁영화이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1930년과 1979년 영화화된 적이 있다. 이중 1930년도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번이 세 번째로 영화화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 그러니까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서부 전선으로 배치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품 자체가 독일 영화인 만큼 배우들 대부분은 독일 배우들이며 프랑스 배우들도 몇몇 포함되었다고 한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펠릭스 카머러(파울 역), 알브레히트 슈흐가(카트 선임병 역), 아론 힐머(알버트 역), 모리츠 클라우스(프란츠 역), 다니엘 브륄이(매튜 역), 제바스티안 훌크, 안톤 폰 루케, 데이비드 스트리에소브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장르는 전쟁, 드라마이며 러닝타임은 148분이다. IMDB 평점은 8.1점, 로튼토마토 평점은 평론가 점수 93%를 획득했다. 현재 넷플랙스에서 볼 수 있다.
독일 청년들이여, 서부 전선으로...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서부전선에 투입된 17살의 어린 소년 파울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사실 그의 부모님은 그의 참전을 반대했지만, 그의 친구들이 모두 입영을 하자 자존심 때문에, 그것도 부모의 서명을 위조하면서까지 참전을 선택한다. 그렇게 군복과 총을 지급받고 전장으로 향한 파울과 친구들은 처음에는 적들과 전투를 벌일 영웅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을 들뜬 상태로 이동하지만 그들의 여유로움은 옆으로 살짝 빗나간 프랑스군의 폭격 한 번에 사라져 버린다. 폭격이 빗나간 덕분에 사상자는 없었지만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전장에 투입된 첫날, 참호에서 불침번을 서던 파울과 친구는 멀리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향해 총을 쏘고, 이를 확인하려다 멀리서 날아온 총탄이 파울의 헬멧을 날려버린다. 전쟁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두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후 프랑스군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졌고 파울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프랑스와 독일은 여전히 전쟁 중이었고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파울은 이제 고참이 되었다.
전쟁이 남긴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이나 전투 장면만 잔뜩 나오는, 스케일만 큰 전쟁 영화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반전 영화였다. 독일 병사의 시점으로 보는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참혹한지와 허무함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프랑스 간 격전지 중 하나였던 서부 전선에서는 1914년 10월부터 1918년 11월 종전까지 30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사선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4년여 동안 이어진 전투에서 양 측은 고작 몇 백 미터의 땅을 점령하기 위해 싸웠다고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거리 때문에 300만 명이 투입됐다고 하니 언뜻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투 장면 외 방금 전까지 프랑스 군을 죽인 손으로 빵을 집어 들어 허겁지겁 먹는 병사들의 모습, 다리를 잃은 병사가 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자살하는 모습,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민가를 터는 모습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된다.
웰메이드 전쟁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사실 2010년대 초반부터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3번째 작품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차례 감독이 교체되고, 촬영이 취소되면서 침체되어 있다가 에르바르트 베르거 감독이 2020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해서 2021년에 예고편을 공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영화여서인지 기대보다 너무 잘 만들어진 것 같아 보는 중간중간 깜짝 놀랐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등의 유명한 전쟁 영화들도 모두 봤지만 그들은 모두 주인공이 미군 등의 연합군인 반면, 이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군이 주인공이라서 더 참신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의 반전도 뛰어났다. 이제 전쟁이 끝나고 살았다 싶었지만 11시까지 싸우라는 장군의 명령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목숨을 걸어야 하는 황당한 전투들이 벌어지면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 정도면 앞에 '웰메이드'라는 호칭을 붙여도 충분할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임에도 대단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는 내내 극장의 큰 화면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프닝에서 전쟁 장면이 잠깐 나오고 이후 안나오길래 배우들의 인간적인 고뇌, 전쟁의 트라우마 같은 걸 보여주려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영화 중반에도 약 20분가량 전투 장면이 나오는데, 서부 전선하면 떠오르는 참호전에 대한 묘사가 정말 실감 났다. 참호를 탈환하기 위해 투박하고 무식하게 달려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치열한 전투 장면들은 너무 처절했다. 전차와 화염 방사기까지 등장하는 등 스케일도 크고 퀄리티도 아주 훌륭했다. 전쟁 영화나 대규모 전투신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좋아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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